요가를 배우면서 조금씩 명상을 접하기로 했지만 명상에 대해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명상워크샵을 다녀온 후부터였다. 내가 그동안 나를 괴롭혀왔던 생각들. 명상을 하면서 나는 그 감정들에서 해방되는 것을 느꼈고 더 수련하고 배우고 싶어졌다. 그러던 중 독서 스터디를 통해서 '세도나 마음 혁명'이라는 책을 접했고, 마이클 싱어의 책 '될 일은 된다'라는 책을 추천받았다. 사실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또 다른 자기계발서와 비슷하겠군'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엄청난 긍정을 외치고 감사를 하자는 말인건가? 내 마음에서는 방어태세를 잔뜩 갖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국 제목은 '될 일은 된다' 였지만 원서 제목은 'The surrender experiment' 였다.
원서제목을 알고나니 40년동안의 내맡기기 실험을 했다는 이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나는 그동안 삶을 스스로 컨트롤 하려고 했다.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스스로가 '이건 안될거야'라며 벽을 세워서 도전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기도 하였고, '이것은 하지 말아야지'하면서 내가 판단하고 결정했었다. 나의 이런 마음이라도 읽은 듯 책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삶은 내가 원하는 대로 펼쳐지는 법이 없다. 우리는 언제나 눈앞에서 펼쳐지는 현실보다 마음의 생각에 우선권을 준다. 이것은 순전히 마음이 만들어낸 개인적 호불호에 근거한 것 뿐이다"
마음이 만들어낸 개인적인 호불호에 근거한거라니. 돌이켜 생각해보니 어떤 상황이 나에게 일어났을 때 그것을 좋다 나쁘다라고 판단하는 것은 내 자신이었다. 그 판단이 물론 옳을 때도 있지만 잘못된 경우도 있는데 나의 그때의 감정에 휩싸여 그 상황을 판단하고 행동을 결정했다. 가령 이런 것이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가 어떤 것을 제안했는데 내 마음이 내키지 않아 '아. 그 문제는 좀 생각해 볼게'라고 하거나, '나는 다음에 할게' 라며 오히려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내맡기기란 의지없이 넋 놓고 사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삶이 펼쳐내는 일들을 안내자로 삼아 내 의지를 발휘했을 때 일어난 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안에서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들었다. 아니 그러면 스스로 객관적인 판단없이 내맡기면 그 후의 책임은 누가 진다는 말인가. 작가는 의지없이 넋 놓고 사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삶이 펼쳐내는 일들을 안내자로 삼고 의지를 충분히 발휘할 것. 즉 내 앞에 놓여진 일에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다.
어쩌면 나는 삶이 나에게 주는 기회들을 내 호불호에 따라 '음. 이건 괜찮군. 이건 해보겠어. 음 이건 아니야. 저 사람이 제안하는게 뭔가 탐탁치 않은데' 라며 감정에 따라 재기도하고 거절하기도 했었다. 그래서 기회들이 막혔을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인 호불호를 둘러싼 마음의 수다에는 완전히 귀를 닫겠노라고 결심했다. 대신 삶이 자연스러운 흐름을 통해 내게 가져다주는 것을 그대로 수용하는 데에만 의지를 발휘하리라고 마음먹었다."
"비가 내리면 툴툴대지 않고 참 아름답구나, 비가 내리네 라고 수용하는 연습을 통해 마음을 조용하게 만든다. "
내 안의 불평소리에 귀기울이지 말고 ;아 너가 지금 불편한 마음이 들었구나. 오케이' 이렇게 받아들이고 넘어가는 연습을 해보기로 했다. 삶을 내맡기기란 아직은 나에게 어려운 일이지만 그런 마음이 들었을때 내 감정으로 판단하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바라봐주는 연습을 하는 건 꽤 괜찮은 태도 같았다.
"삶이 내 앞에 가져다주는 사건들을 내 자아 너머로 데려가기 위해 온 손님처럼 대할 것. 혹여나 내 자아가 불평불만을 늘어놓는다면 그 상황을 기회 삼아 자아를 내려놓고 삶이 주는 것에 내맡기기로 했다."
이 책을 읽고 나도 6개월정도 내 자신에게 실험을 해보고 싶어졌다. 내 삶에 다가오는 것을 불평불만 없이 바라보고 오케이하고 받아들여볼 것. 그리고 내게 주어진 상황을 최선을 다해서 임해볼 것. 그리고 명상을 매일 해볼것.
내 삶의 내맡기기 실험도 시작되었다. 6개월 후의 나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세상을 대하고 있을지 꽤나 궁금해진다.